Issue 152, May 2019
나타샤 쉬더 하펠만
Natascha Süder Happelmann
주어진 정체성을 소각하라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독일관은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다. 그간 그곳을 채운 작가마다 혁신적 실험을 행했고 완성도 높았으며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독일관에 초대된 모든 예술가는 역사를 벗어날 수 없다(Any artist invited to occupy the German Pavilion can hardly escape its history)”는 한 매체의 언급처럼 1993년 한스 하케(Hans Haacke)는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와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가 걸어온 바닥을 찢어 놓았고 2007년 이자 겐즈켄(Isa Genzken)은 파시스트 건축을 무효화하기 위해 건물 외관을 철골과 주황색 공사 망으로 뒤덮었다. 지난 57회 행사에선 관객들이 밟고 선 유리바닥 아래로 퍼포머들이 다종의 몸짓을 하는 'Faust'로 독일관은 또 한 번 화제와 영예를 거머쥐었다. 안느 임호프(Anne Imhof)가 공간과 음악, 퍼포먼스와 관객들의 호흡을 결합시키며 불안한 현실에 대한 감수성을 역사적 시점에서 처절히 되살려낸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내 유일한 스위스 친구(그는 40년 된 미술기자다)가 소식을 전해왔다. “드디어 독일관 작가가 발표되었어!”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 쾨니히 갤러리 제공
'Fuel to the Fire' 2016 Installationsansicht Tensta konsthall, Stockholm, 2016 Foto ⓒ Jean-Baptiste Beranger